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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봉수 의정부 경민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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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2014-12-08 06:09:21
성공한 국가에서 실패한 국가 지도자란 없다

 

 

부국의 길, 민국의 길

 

지난 여름방학 때 학교 도서관에서 조갑제 기자의 &lt;박정희&gt; 평전 13권과 김성진 전 장관의 &lt;박정희를 말한다&gt;, 그리고 &lt;김대중 자서전&gt; 1, 2권을 대출해 읽어 보았다.

다른 사람이 쓴 평전(評傳)과 본인이 쓴 자서전(自敍傳)은 성격이나 내용에서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두 사람에 대한 글을 읽고 난 소감은 참으로 다르게 다가왔다.

국내.외적으로, 한국 현대사에서 산업화를 상징하는 박정희와 민주화를 상징하는 김대중은, 국가발전에 크나 큰 공헌(貢獻)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불멸의 족적(足跡)을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수많은 신생국가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한 국가의 발전과정에서 민주화가 먼저냐, 산업화가 먼저냐, 아니면 민주화와 산업화의 병행발전이 가능하냐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지속됐다.

민주화를 먼저 내세운 대표적인 국가가 인도였고 반면에, 산업화를 먼저 내세운 국가는 대한민국이었다. 그리고 병행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도 있었으나 현실상으로는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교사적 관점에서, 산업화를 이루어 낸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나라는 찾기 어려웠다는 게 학계의 연구 결과다.

그러면, 인도와 대한민국의 국력, 삶의 질, 자유로운 신분 이동을 비롯한 실질적인 민주주의 수준 등을 비교해 보자.

인도를 여행하고 온 사람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굳이 인도를 가보지 않더라도 그 현실적 차이를 우리는 여러 자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하물며 분단 상황에서 북한과 체제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우리가 선택한 산업화 우선 국가발전 전략은 남북대결에서의 승리뿐 만이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위대한 성공의 역사를 이루어내게 했다.

그렇다면 국가의 형성과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민주화 보다 산업화를 우선시 한, 즉 민주주의를 유보 내지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산업화를 이루어 내고, 마침내 그 토대위에서 민주화까지 이어지게 한 박정희의 국가진로에 대한 역사적 판단과 선택에 대해 이제 그 공과(功)를 냉정히 평가해야 되지 않겠는가?

중국의 등소평은, 모택동 사후, 모택동의 공(功)을 7, 과(過)를 3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박정희의 독재, 인권유린, 민주주의 후퇴 등에 메몰 되어 그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나 정당한 그의 몫을 인정하는데 인색하거나 유보하고 있는 것이 작금(昨今)의 현실이 아닌가.

김대중 역시, 고난스런 민주화 투쟁 끝에 마침내 대통령직에 올랐고,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이루어냈으며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삶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꽃 피웠지만 여전히 훼예포폄毁譽褒貶, 극단적인 칭찬(稱讚)과 비방(誹謗)의 대상에서 자유롭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의 고(故) 김일영 교수는 &lt;건국과 부국: 현대한국정치사 강의&gt;라는 저서에서 “지난 60여 년의 한국현대사는 국가건설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현재 산업화와 민주화 양자를 병행 발전시키면서 각각을 고도화 내지는 심화시키는 단계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가건설을 건국(建國)으로, 그리고 산업화를 부국(富國)으로 설명한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산업화는 부국(富國)을, 그리고 민주화는 민국(民國)을 의미하였다. 민국이라는 용어는 그렇게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국민이 국가의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를 뜻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이념적으로 대립되는 가치(價値)는 아니었지만 역사적으로 우리 현실정치에서는 처음부터 충돌하는 중요한 대립적 이념(理念)으로 자리 잡았다.

현실정치에서 뿐만 아니라 학계, 문화계, 언론계, 사회 등 다방면에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끊임없이 투쟁하고 대립해왔다. 그리고 우리 현대사는 이를 변증법적으로, 즉 끊임없는 정.반.합(正反合)의 과정을 거치며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

나는 박정희, 김대중 양인의 각종 서적을 두루 섭렵하였다.

고(故) 전인권 박사의 서울대 정치학박사 학위논문이기도 한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에 관한 전기적 연구인 &lt;박정희 평전&gt;, 김성진의 &lt;박정희를 말한다&gt;를 비롯한 다수의 박정희 및 박정희시대 연구 저작물, 그리고 김대중의 &lt;내가 걷는 70년대&gt;, &lt;대중경제론&gt;, &lt;행동하는 양심&gt; 등등 그 외 다수의 저서들을 그때그때 손에 닿는 대로 읽었었다.

특히 이번 여름 방학, 두 사람에 대하여 읽는 동안, 내가 살아 온 삶과 내 생각들을 깊이 있게 되돌아보면서,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동질(同質)감과 이질(異質)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죽음과 직면했던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었고 그들은 그 대면(對面)을 통해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박정희는 5.16 이후 군 전역사에서 “다시는 이 나라에 본인과 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도록 합시다.”고 말했던 것처럼, 본인 스스로 인정한 불행한 위인이었다.

또한 자기 무덤에 침을 뱉으라며 그 스스로를 역사의 제단에 올려놓고 역사적 초인이 되기를 원했었다. 누군가는 박정희는 청탁(淸濁)을 다 함께 들여 마셨던 사람, 작게 치면 작게 울리고 크게 치면 크게 울리던, 북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김대중 또한 본인 주장처럼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시대적 소임을 다했다.

뛰어난 조어(造語)능력에서 나타나듯 그는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이 탁월했다. 나는, 상황에 따라 능란하게 변하는 그의 주의주장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웠고 그것이 비록 청부(淸富)라 할지라도 부(富)와 무관치 않은 듯한 그의 삶의 방식에 공감되지는 않는 편이었다.

난 그의 자서전, 서문 시작 부분에 있는 “황혼이 찾아왔고 사위는 고요하다. 내가 살아 온 이야기를 남기려 한다.”고 담백하게 표현한 부분에 오히려 더 마음이 이끌렸다. 이는 아마도 내가 박정희의 검박(儉朴)한 삶의 자세와 의식에 마음이 끌렸던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두 사람에 대해 내게 무엇보다도 강력한 인상을 준 것은 두 사람의 사진이었다.

김성진의 &lt;박정희를 말한다&gt;에서 본,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가진, 인간의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처연하게 앞을 응시하는 표정의 박정희 사진과, 그리고 &lt;김대중 자서전&gt;에서 본, 1981년 겨울 청주교도소에서 강제로 삭발당한 채 죄수복을 입고 찍은, 신군부에 의해 죽음과 직면해야 했던 형언할 수 없는 비감(悲感)하고 고통어린 표정의 김대중의 작은 사진이었다.

도저하게 슬픈, 두 사람의 그 사진은 그 어떤 글보다 강렬하게 내게 다가왔다. 두 사람의 얼굴은, 개인의 사생(死生)을 넘어 선, 역사적 자아(自我)를 가진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들의 삶의 통찰은 우리네 범인들과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는 ‘건국’과 ‘부국’, 그리고 ‘민국’이라는 국가발전 단계를 거치는 동안, 역사적 거인(巨人)들을 가질 수 있었던 행운의 국민이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성공한 국가다. 성공한 국가에서 실패한 국가 지도자란 없다. 국가 지도자의 성공이 결국, 국가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영웅(Greatman)사관에서 비롯된 관점이고 주지의 사실은 그 시대를 향도(嚮導)했던 지도자와 이를 가능케 했던 우리 스스로가 위대한 국민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여름, 두 사람에 대한 저서를 읽으면서 역사를 성찰할 수 있었고 또, 이 땅에 어떠한 정치가 존재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떤 국민이어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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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06:09:21 수정 경기북부포커스 ( uyfocus@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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