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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포천시 동장군축제 얼음조각가 채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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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2014-12-29 06:37:03
동장군축제와 인연 맺은지 9년

 

 

12월 22일 월요일, 아침7시, 현재 기온 영하 21도, 날짜와 기온이 비슷하다.

새벽2시까지 이어진 얼음조각 작업을 마무리하고 동료들과 잠깐 눈을 붙인 후, 아침을 서둘러 먹고 다시 동장군축제 현장이다.

24일 개막일 전에 마치려면 쉴 틈이 없다. 나는 동장군축제 얼음조각가 채민병이다.

대전에 사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한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백운계곡의 차갑고 매서운 바람보다 피아노치는 딸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매섭다.

하지만 힘을 내야한다. 함께하는 동료 아홉명이 나의 움직임과 작업지시만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목원대 피아노학과에 입학한 딸이 피아노치는 모습을 보며 난 얼음조각작품의 예술성을 떠올린다.

딸은 피아노를 치는 예술가이고, 난 차갑고 투명하며 푸른빛을 한껏 머금은 가로50cm, 세로25cm, 높이105cm, 무게 140kg의 가공되지 않은 네모난 얼음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예술가다.

동장군축제와 내가 인연을 맺은 지도 9년이 되었다. 김영우, 그 친구 때문이다. 포천시 이동면 특공연대 직업군인인 그 친구는 축제 조직위원회에서 얼음조각 전문가를 섭외한다는 소문을 듣고 옛 군 동료였던 나를 생각해 냈다.

난 동장군축제의 고장 포천시 이동면에 근무했던 직업군인이었다.

특공연대는 내 군생활의 정점을 찍은 곳이고 난 어느 날 군생활을 접고 대전에 내려가 얼음조각을 하기시작했다. 그 친구는 내가 얼음조각가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날 동장군축제에 소개시켰다.

군생활의 숱한 추억들이 서려있는 이동면 이다보니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그냥 같이하자고 했다. 그게 시작이다.

축제와 함께한 9년이 순탄치는 않았다. 내 작품인 얼음성놀이마당에 많은 입장객이 들어올 때면 내 수입도 좋아졌고 날씨로 인해 행사를 하지 못하게 되거나 구제역으로 인해 행사를 전면 취소할 때는 큰 손해를 감내해야만 했다.

그래도 조직위원회와 함께 극복하며 지금까지 왔다.

이번 축제에 들어가는 얼음은 총1,200장에 총 무게는 16,800kg이다. 일일이 나르고 밀고 올리고 깎아야 하는 량이다. 얼음성을 크게 2개 만들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끄럼틀을 길게 한곳, 유아들을 위해 짧게 한곳 만들고, 탑과 이글루 등 얼음조각 작품들을 선보여야 한다.

조각이 끝나고 눈을 뿌리면 얼음성놀이동산이 완성된다. 입장객들에게 썰매판을 나눠주면 밀어주고 끌어주며 얼음과 눈 놀이를 즐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올해는 이곳 축제장이 겨울 얼음조각의 마지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태백산눈꽃축제, 대관령눈꽃축제 등 이곳저곳에서 얼음조각을 해 달라고 연락이 와 겨우내 쉴 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못하게 되었다. 이것마저 중국 기술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화천산천어축제에 중국얼음조각작품이 선보인 후 이제 다른 축제마저 중국의 얼음조각가들이 이벤트 회사를 통해 선점해 버린 이유다.

남대문을 중국 사람들이 조각을 한다니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결코 실력에 뒤져서가 아니다. 인건비가 중국사람들에 비해 비싸서다.

올해는 이곳에서의 얼음조각이 축제의 끝이지만 피아노치는 딸을 둔 아빠인 나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내 딸에게 얼음궁전으로 만든 화려한 무대를 선물하는 것이다. 그 무대에서 내 손을 잡고 입장한 딸아이가 내가 만든 얼음작품들을 하나하나 연주해 나가는 그날을 꿈꾼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차디찬 겨울을 얼음을 부둥켜안고 뜨겁게 이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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