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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의정부시 아이사랑 수필공모전 최우수상, 최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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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2022-09-27 11:46:06
보는엄마, 겪는엄마, 쓰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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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엄마가 된 제가 엄마를 생각한다는 것은 순간에도 많은 생각들이 스칩니다. 어린 모습으로 본 엄마와 제가 아이엄마가 되어 엄마역할을 겪는 것 그리고 종이에 쓰고 눈물로 번지는 그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1편 보는 엄마

제 어머니께서는, 제가 기억하는 모든 순간에 교회를 한 번도 안 빠지고 열심히 다니셨어요. 가셔서 설교하시는 목사님 만큼 열심히 졸으시고 설교도중 우스게 소리라도 들으실 때면 등이 들썩들썩할 정도로 한참을 웃고 계셨던 그런 재미있으신 엄마입니다. 가서 주무실 거면 집에서 편히 주무시지 왜 교회를 가실까 의구심이 들었죠. 어렸을 때는 그랬습니다.

저는 몸이 아팠으니까 자신감도 없었고 교회 가봐야 몇마디 안하고 빨리 집에 가기를 바랬던 저라서 좋아하는 오빠가 생겨도 예쁘고 말잘하는 언니들이 다 뺏어가서 교회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우리 어머니 왜 이렇게 교회에 열심히셨을까요

그런데 그럴만한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유약한 저 때문이었죠.

그 당시는 챙피해서 모든 사람에게 비밀이었지만,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진 엄마는 그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 부식값부터 줄여야 했어요.

마침 마당에 개를 키우고 있었어서, 생선가게 마다 개에게 끓여줄 생선대가리들이 예약된 상태라서 그걸 제가 가서 회수하는 담당을 했습니다.

비린내나는 꺼먼 봉지를 들고 다니는 것도 찝찝하고 이 심부름 그만시켰으면 좋겠는데, 심부름을 정말 오랫동안 한 겁니다. 그래서 제가 가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만 해도 준비된 생선대가리들이 담긴 검은 봉지를 건네주셨는데, 그것을 시장한바퀴를 돌면서 회수해서 가면, 큰 대가리는 끓여서 밥반찬으로 먹고, 작은 대가리들이 남으면 개밥을 끓이신거예요. 얼마나 어려웠는지 가늠이 되시겠죠

그 어려움의 원인도 바로 저 였습니다. 어린 저는 많이 많이 아팠고,

하루가 멀다 하고 피를 쏟고 몸이 붓고 키도 크지 않아서 같은 빨간 구두를 10년이나 신었다고 합니다. 그 시골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소아과를 다니는 것이 부모님으로서 절대 쉽지 않았지요. 먹을 것 입을 것 줄여서 자식 살린다는 것 외에는 없었어요.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는 늘 탕기에 약을 끓이셨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회에서 부흥회를 하면 저를 데리시고 1등으로 참여하여 앞자리에 앉아 기도를 받게 하셨죠. 그 한도는 아마 딸이 나을 때 까지 였던 것이죠.

가루약이 알약이 되고, 1개월의 한 번이 3개월의 한 번으로 되고, 6개월의 한 번이 되고, 1년의 한 번이 되는 등 어머니의 갖은 노력은 빛을 발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체질개선을 위해 영양탕 가게를 운영하시기도 하셨어요. 밥 반찬이 영양탕이고 일상이 영양탕이었던 것이죠. 전 그 또한 감동하고 감사할 만큰 너무 어려서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아이가 너무 약하니까 업종을 바꾸시면서 까지 노력을 하셨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요리를 쉽게 쉽게 잘하시는 어머니께서는 뭐든 금방 금방 차려내시니 가사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밖에요... 지역노래자랑에서 1등을 하신 어머니가 제가 아프지 않았으면 인생을 더 즐기실 수 있었을텐데요, 아이가 병세가 너무 좋지 않으니까 병원비에 시달린 어머니께서는, 신앙의 힘으로 저를 키우셨어요. 엄마는 졸면서도 너는 똑띡이 들어라고 사투리 섞인 어패있는 말씀을 하시고, 엄마는 하품하시면서 너는 찬송 크게 하라고 하시고 어린 저로서는 제가 아파서 그렇다는 것은 까맣게 생각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어패있는 모습을 부지런히 발견했던 철없는 딸이었습니다.

2편 겪는 엄마

참 이상하네요! 보는 엄마는 노력파의 어머니셨고, 쉽게 쉽게 해내는 원더우먼 어머니셨는데 그 어머니를 하나의 큰 사건으로 하늘로 보내드리고, 막상 제가 하려니까 겪는 엄마 너무 어렵습니다. 요즘 흔한 말로 장난이 아닌거죠.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가사에 육아를 비싼 서울대학병원까지 보내면서 어떻게 그렇게 빛의 속도로 해내셨을까 저는 어리둥절합니다.

어머니께서는 늘 새벽4시에 일어나셨는데, 잠이 없으셔서 그러신 줄 알았습니다.

겪는 엄마가 이렇게 난이도가 높다니, 이제 돌아가셨으니 전화해서 여쭤볼 수도 없고 어려움이 깊습니다. 아이가 아무런 말썽없이 건강히 잘 자라주고 있는 데도 이렇게 많은 한계를 느낍니다.

어렸을 때 그 어려운 경제적인 상황에서도 단 한번도 아침을 굶기신 적이 없고, 뭔가 신기하게 한 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그 몇가지가 저에게는 많이 어려운 상황인 것입니다. 심지어는 밥을 안먹으면 아무데도 보내지 않아 교회 크리스마스 성탄절 파티를 밥먹느라 차를 놓쳐서 가지 못하고 이불뒤집어 쓰고 운 날 또한 추억합니다.

어느날 친구들하고 같은 학원 다니기로 약속해 놓고, 학원을 보내지 못하니 학원보내줄때까지 엉엉 울어서 결국은 학원을 보내주셨던 그 어머니에 비해 지금 저는 이 형편에 아이를 학원까지는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3학년때는 학원을 보내주고 싶습니다. 피아노를 너무 배우고 싶었던 저는 26년간 혼자 피아노를 치면서 음감으로만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되었고 아이가 요즘에 피아노에 관심을 가지는데 정석대로 가르쳐줄 수가 없어서 피아노학원을 보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피아노 치는 엄마를 보면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수시로 바뀌는 꿈이지만 최근 바뀐 꿈을 엄마에게 발표하였습니다.

초보엄마의 소소한 꿈은, 3학년때 피아노학원 보내주고도 저축이 가능한 삶을 살고자 합니다. 전문분야가 있어 끊임없이 공부해야지만 유지가 가능한 엄마의 직업은 많은 분들에게 일자리를 통해 안정된 생활과 위로를 전해주는 14년차 직업상담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공부를 하느라 가뜩이나 가사나 육아에도 익숙하지 못하는데, 퇴근 후와 주말에 공부를 합니다. 이 엄마에게는 어떻게 시간을 균형있게 쓰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어제는 잠시 쇼파에 누웠다가 울었습니다.

벌레가 많은 단독주택. 제가 어머니와 같이 자는 날, 저를 침대에 올리시고 어머니는 바닥에서 주무셨던 이유를 처음으로 깨달은 것입니다.

저를 안쪽으로 재우고, 어머니께서는 연로하셔서 주무시다가 침대에서 떨어지시면 골절이 되기 때문에, 아예 바닥에 자리를 깔으셨던 것입니다.

그 깨달음과 아픈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던 엄마 그분의 온기를 잠시 느끼며 그리워했습니다. 헌신적이셨던 어머니에 비해 다소 게으르고 애같고 이기적인 것 같은 제 모습은 너무나 그분의 분량에는 많이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아이와 함께 감사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못하고 많이 어설프지만 저희 형편에 맞추어서 아이의 미래를 함께 꿈꾸고, 엄마로서의 전문분야에 대한 미래도 함께 꿈꾸는 노력하는 가족이랍니다.

3편 쓰는 엄마

어머니 혹시 이 편지를 읽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소리내어 읽는다면 공기를 타고 하늘에 가줄까요. 하늘의 구름이 이 편지를 복사해줄까요 꼭 전하고 싶습니다. 너무 감사한 제 생명의 은인이라고 적어서 외쳐 보내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귀에 들려드리고 너무 고생하셨다고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아프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잘 도와주는 착한 딸이 있어서 잘 버티고 있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쉬운 것인 줄 알았고,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는데, 겪어보니 입에서 단내가 나고 쓴약을 물고 있는 곤혹감도 많이 든다고요

그 어려운 엄마를 어떻게 그렇게 훌륭하게 해내셨냐고... 외치며 습관처럼 교회의자에 앉으면 한참을 웁니다. 저를 살리려고 병이 낫는 다는 곳은 어디든 데려가셨던 그 어머니의 품을 느끼는 것이죠.

아무말 없이 그저 그저 울기만 해도 마음을 단 번에 알아낼 것 같아서죠. 마음 그대로 형편 그대로 그저 띄워올리는 것이죠.

제 어머니의 소원대로, 저는 죽지 않고 살아서 학교도 졸업하고 직장도 다니고 전문가로서의 길도 걷습니다. 그리고 아이도 자연분만으로 낳아서 잘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소원대로, 어머니께 찾아가 울고 싶은 게 있으면 교회의자에 앉아서 울면서 기도하기도 하고, 저 같은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기도해드리기도 하고 사명감있게 업무도 하려고 합니다.

이 건강한 날들을 모든 동네사람들이 저 아이는 죽지 못산다는 부정적인 판단에도 굴하지 않고 저를 살려주시고 믿음으로 저를 키워내신 한 분 뿐인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자랑하고 싶습니다. 재롱 피우고 싶습니다.

어머니 ... ... 엄마 ... ...

감사합니다!

2022. 8. 30 () 비오는 의정부에서 엄마딸 최하연

 

 

 

2022-09-27 11:46:06 수정 경기북부포커스 ( uifocus@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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