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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여행하기> 의정부제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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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2015-09-17 07:15:23
"시장은 살아있다 개성있는 스타플레이들이 성업 중"

 

"전통시장에서 인생 배워....지금 전통시장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필요"

 

 

우리 부모님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제일시장에서 가방가게를 했다.

나는 휴일과 방학 땐 아버지와 함께 아침 8시에 가게 문 열고 청소하고 가방 디스플레이를 도왔다.

나는 그게 고역이었다.어리고 잠 많은 내가 일찍 일어나 준비해서 아버지와 점방으로 '출근'하는 게 영 마뜩잖았다.

어쩌랴, 학교 안 가는 날엔 밥값하려면 어린 나이에 '노가다'를 안 뛸 수 없었다. 어쩌랴, 아버지의 지시는 그땐 하나님 말씀과 같았다.

나는 하나님은 안 믿고 아버지를 믿고 따랐던 셈이다. 덕분에 이웃 가게들의 생태계를 많이 지켜봤다. 그들은 다들 부지런했고 돈 벌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땐 새마을운동처럼 잘 살아보겠다는 기운이 공기처 럼 퍼져 있었다. 경제가 고도성장기여서 장사가 아주 잘 됐다. 지금과는 달리그땐 의정부에 시장이 여기만 있었다.

또 양주,포천,동두천 사람들이 제일시장으로 장을 보러 많이 왔다. 장바다기 흥청댔다.노력하면 집을 사고 자식 교육을 어여하게 시킬 수 있었다.

벨 에포크였다.

▶전통시장에서 인생을 어렴풋이 배워

나는 어린 시절에 시장에서 활어처럼 생생하게 튀었다. 시장에서 질박한 경험을 한 게 나를 역동적이게 한 면이 있다.

시장이라는 격투장에서는 이런저런 일이 흔하다. 장바닥에서 상인 끼리 드잡이하는 모습은 생선만큼 흔했다.

손님과 물건값으로 밀당하는 것이며, 불량품이라고 반품하는 고객과 실랑이 하는 것 하며 '술시'면 허름한 식당에 몇 명이 어김없이 모인다.

막걸리 두세 잔이 돌면 술 안주로 그날의 장사 현황이며 누구누구네 가게가 어떻다느니 하면서 하루치, 삶의 찌꺼기를 밷어낸다. 술은 입으로 들어가고 고단함과 한숨은 입 밖으로 나온다.

옛날 생각하며 요즘 시장이라는 삶의 최전선에서 고군분 투하는 상인들을 보면 요즘 코 끝이 찡하다.

나는 아버지가 가게 그만 두신지15년 되지만 나는 아직도 가게 를 운영하는 분들을 안다. 이젠 가게하는 분들이 많이 세대 교체가 됐지만 여전히 제일시장에서 생업을 이어 가는 분들이 적지 않다.

제일시장과의 인연은 그래서 각별 하다. 유년의 추억이 나를 어느 정도 점령하고 있다.

제일시장은 의정부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다. 역사가 40년도 더 됐다. 전국적으로 비교해봐도 이만한 재래시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가게수가 무려 600개가 넘는다. 정식 점포는 313개이고 노점 형태의 가게도 310개를 웃돈다. 메머드급이다.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소프트웨어적으로 접근해야

전통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 이 사실이 어제 오늘만의 일도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제일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다.

물론 나라 경제가 어렵기도 한 것이지만 서민들의 많은 소비와 활동이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린 것이 결정타 인 것은 틀림없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유통과 서비스도 발전하고 새로운 형태의 상업 시설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 하겠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이마트를 대표하는 대형마트가 너무 크고 빠르게 기존 상권을 대체하고 장악한 게 문제다 .

이건 마치 '이교도'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기존 시장을 박 살을 낸 꼴이다. 의정부만해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이 유통을 다 장악한 상태다.

게다가 백화점과 창고형 할인마트까지 가세하여 설상가상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정부도 기존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뾰촉한 대책이 없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기껏해야 시장 현대화와 주차장 확 보로를 지원하는데 그친다. 이건 시늉이지 대책치고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금 전통시장은 하드웨어가 중요한게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콘텐츠가 없으니 물량 위주의 지원은 그 약발이 금방 없어진다.

뭐 좋은 방법이 없나.

▶제일시장 이상백 번영회장을 만나 요즘 시장 상황과 활성화 대책을 듣는다.

문: 요즘 제일시장은 어떤가

이상백: (이하 '이'로 표기함) 보시다시피 정부와 시에서 지원해 준 결과로 시설 개선은 됐다고 봅니다. 일명 시장현대화 사업인데 인프라 투자는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콘테츠를 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말합니다.

문: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이: 재래시장을 대형마트 같이 시설 투자로 활서화하겠다는 발상은 이제 한물 간 대책입니다. 이젠 참신한 아이디어와 콘텐츠로 재래시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자꾸 개발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적 자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전국의 전통시장이 나름 살아 남을려고 발버둥을 칩니다만 아이디어의 부재와 그것을 실현시킬 집행부의 강한 추진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문: 광주의 대인시장이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분위기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최근 어떤가요

이: 그렇죠.저도 관심있게 지켜봤는데 예술가들이 활동 안하고 주말에만 문을 여는 반짝 이벤트로 끝난 모습입니다.

대인시장에서 예술가들에게 작업 공간겸 상업 공간을 제공했는데 기대한 만큼 반응과 실적이 없는 듯합니다.

문 :그 렇다면 제일시장 번영회에서는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어떤 계획과 시도를 하고 있나요

이 : 아이디어 차원이긴 합니다만 시장 중심가에 아주 큰솥 몇 개를 걸어놓고 설렁탕이나 해장국, 비빔밥 등을 옛날 전통 방식으로 파는 겁니다. 공간과 노하우는 기존 시장 사람들이 협의하고 아이디어를 보충하여 해보는 겁니다. 재밌을 것 같은데요.(미소)

문 : 요즘 빈 가게에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마련하여 목공, 금속공예, 그림 등을 싸게 판매하는 게 더러 보이던데요

이 : 안 그래도 그걸 함 시도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이제 시장은 예술가들과 협업을 하는 시대이긴 합니다.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 : 어딜가나 재래시장엔 개성있고 톡톡 튀는 상인과 가게가 있는데 여긴 어떤가요. 어떻게 보면 그들이 일종의 스타 플레이어 아닌가요.

이 : 있죠. 그네들이 효자 노릇은 합니다만 시장의 판을 바꾸기엔 너무 미약합니다.원체 구조적인 문제라서 어느 한둘의 뛰어난 가게로는 한계가 있죠.하지만 그 가게 오려고 시장에 오는 재미를 느끼는 분들이 늘고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있다 그런 가게 몇 군데를 소개하겠습니다.

문: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에 작가들을 투입하여 상인들의 삶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홍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례가 있던데 어떤가요.

이 : 다양한 시도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당연히 필요합니다. 가게와 상인에게는 인생이 있습니다. 그 생애 대부분을 이 시장에서 보냈다는 사실입니다. 10년,20년은 보통이고요 30~40년 시장을 지킨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삶을 잘 기록하면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아카이브가 되겠죠. 또한 장사하는데 도움도 될테고요.

나그네가 아닌 주인 의식을 가진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

문 : 장 큰 애로 사항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 : 일단 번영회에는 상주하는 싱크탱크와 거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모아 일로 추진할 수 있는 인력이 없습니다. 물론 시간도 없고요. 저만해도 회장 일과 생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어떤 새로운 일을 뚝심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형편이 못 됩니다. 대부분 관이나 연구기관 등이 와서 훈수를 두고 가는 정도죠. 그들은 나그네입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정착하여 의미있는 일을 마치고 갈 수 없는 형편일 것입니다. 이해는 합니다만 관청이 하는 일이 그래요. 그래서 번영회 회원들이 중지를 모아 새로운 기획을 시도 합니다만 잘 안 됩니다. 대부분 40~60대가 많아요. 무슨 참신한 일을 하는데 있어 부담을 많이 가지시더라고요. 그런 걸 돌파하는 게 저와 집행부가 할 일인데 쉽지 않네요. 일 좀 할만 하면 2년 임기가 코앞이기 일쑵니다.

문 : 제일시장은 한 달에 한 번은 쉬나요

이 : 안 쉽니다.8년 전까지만 해도 쉬었는데 지금은 일년내내 하고 있습니다.

문 : 피곤할텐데요. 어느 정치인이 내건 '저녁이 있는 삶'이 떠오릅니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표현이라고 여깁니다.

이 : 저도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쉬는 날을 만들려고 시도했습니다만 번번히 좌절됐습니다. 안타깝죠. 휴식과 휴일이 있어야 피로를 풀고 싱싱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건데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고정관념을 바꾸기엔 역부족입니다. 한 달에 한 번도 안 쉬니까 함께 모여 대화와 대책을 세우는 회의조차 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사람은 자꾸 만나야 하는데 지금은 상인들이 다 파편화됐습니다. 시간을 원천적으로 낼 수가 없게 된 거죠.우리의 이익을 지키고 늘릴려면 상인들의 자유 시간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사무실을 나왔다. 크고 넓은 시장을 정처 없이 한 바퀴 돌았다. 그런 후에 이상백 번영회장이 찍어 준 가게 몇 곳을 간다.

▶시간을 견딘 명품 가게들 적지 않아

먼저 남도 푸드를 갔다. 반찬가게다. 기존 재래시장의 분위기가 아니다. 가게가 깔끔하고 깨끗하다.

반찬가짓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카테고리별로 잘 분류가 됐다. 매장 지하에 반찬 공장이 있고 퍽 위생적으로 만든다.

양형석 대표가 경영 마인드가 뛰어나 가게를 연매출 4억원을 돌파하는 실력파 먹거리 상인이다.

매장 안에는 잡채와 반찬 등을 먹을 수 있게 테이블을 마련했다. 회사에도 대량 납품한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 성공한 반찬가게다.

순천상회는 30년 된 생선가게다. 여주인이 가게를 보고 남편이 생선 도매상을 한다.

부창부수다. 아마 의정부에서 가장 신선한 생선을 떼어다 파는 싱싱 생선 가게다. 요즘 전어가 좋고 날이 추워질수록 생선은 맛이 있다. 단골이 꽤 많다.

아랑해물떡볶기집은 오누이가 함께 장사를 한다. 바쁜 시간대엔 엄마가 나와 어시스트를 한다.

인상 깊은 것은 딸이 늘 웃는 모습이고 미인이다. 알고보니 딸이 스튜디어스 출신이다. 중동의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사 출신의 스튜디어스다. 거기서 10년 근무하고 나와 이 가게를 차렸다.

생각보다 오래된 가게는 아니다. 일 하는 분들이 화사하게 웃는 모습이 보고 좋다. 그 미소는 '감정노동'에 찌든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다. 이집은 해물떡볶이가 인기있다.

엔조이햄버거는 가게 목이 좋다. 시장 입구 길목에서 손님들을 꼬이게한다. 남자 두 명이 부지런히 빵을 굽고 속을 만들어 판다. 젊은이들한테 인기있다. 값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

이밖에 이 시장에서 인기있는 매장은 도너츠가게다.

유명한 호텔 제과제빵 조리장을 그만두고 나와 차린 각종 도너스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금방 만들어 맛있다. 값도 싸다. 500원.

황현호(의정부 문화발전소 소장)

경기북부포커스 ( uyfocu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