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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명 교수의 ‘경기북부 변방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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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2012-12-31 09:20:32
S가네 부대찌개 이정순 할머니 이야기

“부대찌개 골목에 부대찌개 식당을 내지 않겠다는 약조를 해라.”

신곡동 경기 제2청사 앞에 내려, 아쿠아 사우나 옆 ‘의정부 S가네 부대찌개’에 가면 36살에 혼자되어 3형제 때문에 재가(再嫁)도 하지 않은 채, 자식 뒷바라지 세월로 현재 나이 73세가 된 이정순 할머니가 계십니다.

할머니는 50년 전 의정부 서민의 젖줄이었던 양키물건과 인연이 되어, 부대찌개 재료를 부대찌개 골목 식당에 대주는 일을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고향은 원래 전라도 정읍으로, 당시 의정부 최고 갑부로 손꼽히던 M씨 둘째 수양딸로 의정부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그 후, 의정부 시내 마지막 판자집에 살 정도의 가난한 집안으로 시집을 가게 되고

남편은 41살이라는 한참 일할 나이에 간경화로 세상을 뜨면서 할머니는 양키물건 장사로 세상의 모질 길을 나서게 됩니다.

고향이 전라도인데다 당시 M씨의 아들이 평민당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면서 “전라도년”에 “빨갱이 집안”으로 멸시와 손가락질을 당하며 젊은 미망인의 시간을 보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아들마저 학생운동을 하다 ‘국가보안법’으로 끌려가면서

“빨갱이 집안의 빨갱이 엄마”라는 주홍글씨가 가슴 깊이 새겨집니다.

부대찌개 식당과 인연이 된 것은 3년 전 둘째 아들의 사업이 망하면서 부터입니다.

둘째 아들은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부대찌개 식당을 내자했고,

이정순 할머니는 한사코 거부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다.’고 둘째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승낙하시며 던진 한마디~

“부대찌개 골목에 부대찌개 식당을 내지 않겠다는 약조를 해라”였답니다.

‘아무리 돈이 중요한 시대라지만 인간의 도리까지 버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할머니의 인생철학이 담겨있는 이 약조는 그동안 3형제를 키우고 가르치게 해준 고마운 부대찌개 골목에 대한 인간적 도리였던 겁니다.

그리고 S가네 부대찌개는 부대찌개 골목과 멀리 떨어진 신곡동 제2청사 앞, 몇 평 되는 않는 장소로 자리를 잡습니다.

나는 이 올곧고 인간의 도리를 실천한 이정순 할머니를 ‘경기북부 변방 이야기’ 두 번째 주인공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전라도년”이다.

“빨갱이 집안에 빨갱이 엄마”다.

낙인찍은 주변 사람들을 ‘자식을 키워준 고마운 사람들’로 인정하고 도리를 지켜내는 힘이야 말로 변방이 중심에 설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힘이기 때문입니다.

보복하는 동생이 아니라 놀부라는 형을 용서하는 흥부이기에 인간의 귀감이 되는 것이요! 흥부의 그 용서 속에 이미 누구도 흉내 못 낼 혁명성이 숨어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요즘 신곡동 S가네 부대찌개에 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할머니의 음식 솜씨가 소문이 나서 단골손님들이 많이 늘었고, 광고 한 번 안했는데 전국에서 ‘맛집’으로 소문나 손님들이 줄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왜! 안 그러겠습니까!

사람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도리를 지키는 할머니의 손에서 만들어진 음식인데

왜! 안 그러겠습니까!

2012년 12월

 

신 동 명 교수

전 한성대학교, 경민대학 사회교육원 ‘토론논술전문가 과정’ 출강교수

전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문화진흥협회 이사장

전 mbc아카데미 ‘토론논술전문가 자격증 과정’ 책임교수

전 한양대, 중앙대 주니어 창의력 논술캠프 책임교수

경기북부포커스 ( uyfocus@hanmail.net )